[르포] 생수팩 年 200억개 재활용…SK 도시유전 ‘울산ARC’ 가다
연구조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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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생수팩 年 200억개 재활용…SK 도시유전 ‘울산ARC’ 가다
미래 그린사업 선도…SK지오센트릭, 세계 최초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장 조성
축구장 22개 면적·1.8조원 투입…석유화학에서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 전환
SK지오센트릭 울산ARC 부지. 김신혜 기자
지난 13일 방문한 울산광역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CLX)’. SK그룹 화학사업 심장인 이곳에는 SK이노베이션 산하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엔무브 등 SK그룹 주력 화학계열사들의 생산설비가 모여 있다.
울산CLX 입구에서 차로 약 7분 정도 거리에 내달 착공을 앞둔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부지가 있다. 현장에선 땅을 평탄하게 고르는 정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 소개를 맡은 SK지오센트릭 김기현PM은 “울산ARC는 21만5000㎡ 부지에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라며 “총 3개의 공정과 1개의 유틸리티 공급 시설이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지 면적 21만5000㎡는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다. SK지오센트릭은 이곳에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ARC가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약 15g)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재활용된다. 일일 플라스틱 처리량은 열분해유 200톤, 페트(PET)해중합 270톤 고순도 PP 200톤 수준이다. 일상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반세기 동안 화학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던 SK지오센트릭은 울산ARC 구축을 통해 ‘재활용’으로 미래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SK지오센트릭에는 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계약 규모를 오픈할 수 없지만 전체 32만톤 처리량 기준 15~20% 정도는 이미 계약이 됐고 이후로 몇 건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정에 들어갈 원료인 폐플라스틱 확보도 대부분 마쳤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수 업체들과도 계약이 돼 있다”며 “전체 32만톤의 90% 정도를 국내에서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열분해·해중합·고순도PP’ 한 곳서 망라…“자체 개발 후처리 기술로 순환경제 완성”
화학적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주목받는다.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개는 방법으로만 재활용이 가능한 물리적 재활용에 비해 플라스틱의 오염도,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은 해외 협력 기업들과의 기술협력, 지분투자 협업으로 3대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
열분해는 폐비닐 등을 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유를 제조한 기술이다. 복합재질 플라스틱과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되던 플라스틱이 원료로 투입된다.
김기현PM은 “울산ARC 들어오는 열분해 공정은 처리량 6.6만톤 수준의 규모”라며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열분해 후처리 기술 공정을 거쳐 이물질을 분리 정제한 후, 울산CLX 내 나프타분해설비에 투입해 제품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특히 열분해유 활용 확대를 위한 차별적인 기술(후처리)을 독자 개발 중이다. 열분해유는 비닐, 라면 봉지 등을 녹인 기름이다.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하려면 황화합물, 탄소 등 부산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이는 후처리를 거쳐야 한다.
SK지오센트릭의 후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열분해유 활용이 확대되고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 대신 쓰레기가 화학제품 원료로 쓰이는 ‘순환경제’가 완성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페트(PET)해중합은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이나 폐섬유를 화학적으로 분해(해중합)해 원료 물질로 되돌리고 다시 결합(중합)해 고품질 페트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울산ARC의 연간 처리량은 9.8만톤 수준이 될 전망이다.
SK지오센트릭 박지훈PM은 “유색 폐플라스틱 페트병은 플레이크 형태로 전처리하고 섬유는 팝콘 섬유 형태로 만들어 공정에 투입해 음료용 페트병, 리사이클 의류를 생산한다”며 “해중합은 케미칼 리사이클을 통해 어떤 품질의 저하도 없이 고급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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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도 PP 추출은 오염된 폴리프로필렌(PP)을 초임계 상태의 용매에 녹여 순수한 폴리프로필렌(PP)만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연간 처리량은 7.6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정지성PM은 “일반적으로 차량 내장재, 포장재, 젖병 등을 원료로 투입한다”며 “폴리머 안에 있는 이물질을 충분히 제거하고 난 후에 다시 PP 제품 형태로 만들어 공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원천기술·노하우 울산에…대한민국을 순환경제 중심으로
울산ARC는 SK지오센트릭이 그간 원유에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는 시작이다. SK지오센트릭은 “굴뚝 산업의 대표 상징과도 같았던 화학기업이 쓰레기 문제 해결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산업적 성장이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쓰도록 법제화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약 1억톤에 이를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이를 처리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 EBN]
[원문 : https://chem.ebn.co.kr/news/view/1592737]